1. 스틸 앨리스 줄거리
세 아이의 엄마이자 명문 대학교의 언어학 교수인 주인공 앨리스는 평범한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50대 초반의 여성이다.
부모님과 하나뿐인 형제인 언니를 사고로 잃었지만 씩씩하게 살았고 남편을 만나 누구나 부러워할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보통의 워킹맘들이 그러하듯이 하나뿐인 몸을 엄마로, 아내로, 직장인으로 쪼개어 살아낸 지난 삶이 뿌듯했다.
그렇게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녀에게 몹쓸 알츠하이머가 천천히 찾아왔다.
처음엔 강의 중에 몇 몇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정도였다. 청중들 앞에서 태연한 척 강의 전 먹었던 샴페인 때문이라며 재치있게 둘러댔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알츠하이머를 느낀것이 말이다.
오랜시간 뉴욕에서 살아오던 그녀는 평소처럼 익숙한 뉴욕의 거리를 조깅했는데 어느순간 여기가 어디인지 낯설게 느껴졌다.
그 후로 조금씩 자주 사소한 일들을 잊는 일이 많아졌고 그녀 스스로도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음을 자각하게 된다.
큰 병을 예상치 못하고 가볍게 검사하러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를 통해 '알츠하이머 의심소견'을 듣게 된다.
이후 진행된 정밀검사에서 확진을 받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본인이 상당히 이른나이에 발병한 원인으로 알츠하이머 유발 유전자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이것은 자녀에게 50%의 확률로 유전되며, 일단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만 하면 100% 발병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본인이 이 병에 걸렸다는 충격을 채 소화 시키기도 전에 세 자녀에게 유전자가 있을지 모르니 검사를 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앨리스의 현 상황이 너무나 절망적인데 거기다 더 큰 절망을 짊어진 채 자식들에게도 그것을 짊어지게 해야 하다니...
딸아이 하나를 두고 있는 나에게 몹시도 가슴아픈 장면 중 하나였다.
이른나이에 발병할 수록 진행 속도가 빠른 이 병은 앨리스의 일상을 빨리 변화시켰다.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녀의 직업도 사라졌고 언어학 교수였던 그녀의 머릿속에 풍부하던 단어들도, 사소한 약속들도 서서히 사라졌다.
집 안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해 옷에 소변을 누고는 놀란 남편에게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며 울었다.
연극 배우이던 막내딸의 연극을 보러 가서는 무대 뒤에서 막내딸을 만나 격려 하러 가 놓고는 얼굴을 보자
자기 딸이라는 것을 기억하지 못해 연기가 참 멋졌다고 남에게 칭찬하듯 격식을 갖췄다.
병의 초기, 아직 의식이 분명할 때 앨리스는 자신의 끝을 준비했다.
노트북의 영상 녹화 버튼을 누르고 미래에 병이 많이 진행되어 비참한 모습일 자신에게 영상 메세지를 남긴다.
"난 앨리스야. 지금 네가 이 영상을 본다면 이제 끝낼 때가 온 거야. 침실로 가서 파란 전등이 있는 서람의 첫째칸을 열어
거기에 있는 약통에 약을 한번에 다 먹고 편히 자는거야."
노트북에서 파일을 뒤지다가 이 영상을 발견한 중증의 앨리스는 어떤 의심도 없이
영상속 자신이 시키는 대로 침실로 가지만 자꾸 그 내용을 까먹고 영상을 돌려본다.
가까스로 약통을 찾았고 약을 먹으려던 바로 그 순간, 앨리스의 생활을 도와주는 보호사가 외출했다가 집으로 들어왔다.
놀란 앨리스의 손에서 약통은 떨어졌고 약들은 바닥에 흩어졌다.
자살 시도가 실패한 것이다.
영화의 끝자락으로 가면서 앨리스의 시선은 점점 흐려져 간다. 가족들이 자신의 상태를 두고 의논하는 말소리도 귀가 멍멍한듯 또렷이 들리지 않는다. 걸음걸이도 구부정해진다.
모든것이 병이 많이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말미에 앨리스는 요양원으로 가지 않고 연극을 그만 두고 곁으로 온 막내딸과 함께 지내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앨리스는 이 몹쓸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잃고 싶지 않았다.
치매 협회로부터 특강 제의를 받았을 땐 삼일을 꼬박 원고를 썼고, 읽었던 줄을 또 읽지 않으려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 가며 강연을 했다.
"지금 현재를 사세요. 그게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전부이니까요"
"저는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그저 애쓰고 있을 뿐이에요"
앨리스가 경연에서 전한 이 진솔한 말은 그녀의 마음과 병에 맞서는 자세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화의 제목 스틸 앨리스는 여전히 자기 자신이고 싶어하는, 기억이 사라져도 평범한 한 사람으로 온전히 남고 싶은 그녀의 마음이다.
2. 영화의 특징 및 감독의 의도
이 영화는 줄리안 무어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그러나 깊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녀는 이 잔잔하지만 어려운 스토리를 연기하면서 과장하지 않았고 도드라지게 표현하지 않았다.
이것이 그녀의 연기 스타일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해냈다.
그녀는 이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우선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를 주제로 한 이 영화를 꿋꿋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연기해낸 그녀 덕분에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또한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알츠하이머 병을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감독의 연출(예를 들면 핸드폰을 잃어버려 새벽에 소란 스레 찾던 앨리스가 한 달 후 남편이 냉장고에서 꺼낸 핸드폰을 보며 어젯밤 밤새 찾았다고 한 장면을 시간의 흐름이 아닌 앨리스의 의식 흐름대로 편집, 연결하여 보여줌)이 영화의 몰입감을 높이고 생생히 전달되게 했다.
그들의 생각과 병의 증상을 간접 체험하는 장면들이 부분 부분 있었다.
또한 앨리스의 뒷 모습이 나올 때 마다 그녀의 증상이 갑자기 심해진다던지 병에 관한 무슨 일이 생겼다. 그래서 그녀의 뒷모습이 화면에 나올 때 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지' 하고 생각하고 보게 되는 호기심 유발 포인트가 있었다. 이 또한 감독의 연출 충 아주 흥미로운 요소였다.
3. 총평
처음부터 이 영화의 줄거리를 대강 알고 봤지만 실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깊이 있었고 연기가 풍부한 영화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의 연출 또한 다채롭고 흥미로워서 자칫 우울하고 축축 쳐지는 듯한 소재인 알츠하이머 이야기를 끝까지 관심있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훌륭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인데 특히 줄리안 무어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은 전혀 이견이 없을 만큼 앨리스에 완벽한 연기였다. 막내딸을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도 트와일라잇 때 보았던 것 보다 훨씬 깊이가 더해졌다.
다시 보라고 해도 감명깊게 볼수 있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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