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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무덤이 아닌 역사를 파내다.

by mama-leap24 2024. 12. 11.

 

1. 파묘 줄거리

파묘란 한자어 그대로 '무덤을 파는 일'을 뜻하며 파묘는 주로 이장을 할 때 하는 행위이다.

간혹 무덤에 물이 흐르거나 갑작스런 변화가 생겼을 때 그 곳에 묻힌 원혼이 자손의 꿈에 불편을 호소하여 파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의 이야기도 이것으로 시작된다.

 

친일파의 자손으로 막대한 부를 쥔 채 미국에서 부유하게 살고 있는 한 남자로부터 MZ 무당인 김고은과 그녀의 조수 이도현을 찾는다. 얼마 전 태어난 자신의 아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경기를 하고 울어대어 병원에 계속 입원해 있고 자신의 아버지도 환각을 보며 꼭 귀신들린 사람같으니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까지 간 김고은과 이도현은 그 곳에서 섬뜩한 음기와 함께 조상 중 한명이 묫자리가 불편하다며 떼를 쓰는 거라는 말을 전한다. 그렇게 파묘를 결정하게 되고 인연이 있던 장의사 유해진, 땅쟁이 최민식에게 오랜만에 연락해 같이 한 건 해보자고 제의한다.

 

스산한 바람이 부는 어느 날, 파묘를 진행하게 될 묫자리를 방문한 파묘 일당은 이것이 예사롭지 않은 꺼림칙한 일임을 알고 손을 떼려 하지만(최민식과 김고은이 묫자리를 찾아 산을 오르는 중에 주위를 살피며 경계하는 수많은 여우의 환영들을 본다.) 자신의 어린 아들이 병원에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을 말하며 애원하는 의뢰인으로 인해 그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찝찝한 마음에 김고은의 굿 과 함께 파묘를 진행했고 그렇게 순조롭게 마무리 되는 듯 했다.

그런데 현장에 있던 인부 중 한명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귀금속을 주으러 다시 내려간 무덤안에서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 얼굴을 한 뱀을 삽으로 찍어 죽인 후 환영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를 본 최민식은 소금과 팥을 챙겨 원혼을 위로해주려 다시 무덤을 찾았다가 

이장한 관 바로 밑에서 세로로 묻힌 다른관을 발견하게 된다. '첩장'이었다.

그것도 가로로 누운 관이 아닌 세로로 세운 엄청나게 큰 관이었다.

보통 사람의 키가 아니며 그것은 2미터가 족히 넘는 거인의 관이었다. 

또한 그것은 밖에서 가시 사슬로 꽁꽁 묶어 안에서 열지 못하도록 잠궈놓은 특이한 것이기도 했다. 마치 밖으로 나오면 안되는 것을 봉해둔 것처럼. 

 

편히 쉬지 못할 망자가 마음이 쓰여 최민식은 파묘 일당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관을 꺼내 편히 모셔주자고 설득한다.

여전히 주변을 서성이는 여우들, 음산한 기운을 느낀 김고은은 이를 내키지 않아 하지만 결국 같이 관을 꺼내 화장터로 간다.

그러나 밤이 늦어 화장을 할 수 없어 인근의 사찰에 밤새 관을 잠시 보관했다가 낡이 밝으면 화장터로 가기로 하고 

하룻밤 묵는다. 

그 떄 그것이 관을 뚫고 나와 마을을 휘젓기 시작했다. 축사의 돼지를 해치기 시작했고 사찰의 스님을 포함한 사람도 해쳤다. 관에서 나온 그것은 적장에서 1만명의 머리를 베었다는 일본 장수의 혼령이었다.

마을을 헤짚고 온 장수는 열려버린 관을 보고 두려움에 떨던 김고은에게 나타난다. 죽음의 문턱에서 이도현으로 인해 목숨을 구하지만 그것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고 이도현은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눈에는 그것이 심어놓은 일본 부하의 영을 담고 말이다.  

 

이 모든것을 지켜본 파묘 일당은 일본 장수 혼령을 없애버릴 방법을 찾는다. 

김고은의 수호신이었던 그녀의 할머니가 강한 기운으로 그녀의 위기를 모면해 주었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을 없애는데는 실패하였다. 

그것은 원래 관이 묻힌 그 자리에서 자신을 없애러 온 나약한 인간인 최민식을 만난다.

이 악독한 일본 장수 혼령이 그 곳에 묻힌 이유.

악한 일본이 조선의 정기를 끊으려 한반도에 박아놓은 쇠말뚝. 만 명의 목을 베어 신이 된 그 일본 장수는 기츠네라는 주술사로 인해 쇠말뚝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강한 장수의 죽은 육신을 전쟁터에서 획득했고 몸에 긴 쇠붙이를 넣어 쇠말뚝으로 만들었고

친일파 후손의 관 바로아래에 첩장하여 아무도 의심하지도 파내지도 못하게 했던 것이었다.   

이제 영화는 끝으로 달려간다. 그것을 없애야 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특정 장면들에서 음양오행을 슬며시 꺼냈다. 음양오행. 나무의 기운, 흙의 기운, 쇠의 기운 등...

결국 이 영화의 끝은 음양오행으로 맺어진다.

나약한 인간이 원한이 가득한 혼령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방법. 

'물에 젖은 나무는 쇠보다 질기다' 

모든 정황을 알게 된 최민식은 

일본 장수가 쇠말뚝인 줄 모르고 첩장했던 그 곳에서 쇠말뚝을 뽑기 위해 챙겨간 쟁기 자루에 자신의 피를 묻힌다.

물에 젖은 나무를 구현해 낸 것이다.

'불타는 쇠붙이'인 그것을 내리쳤다. 대적할 자 없이 강할 줄 알았던 그것은 나무가 쪼개어지듯 부서져 사라졌다.

 

2. 감독의 의도 

이 영화를 만든 장재현 감독은 원래 공포 영화로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대표작으로는 '검은사재들','사바하'가 있는데 독특한 소재와 연출방식, 배우들의 열연으로 공포영화계의 스타감독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가 그동안 해오던 오컬트와는 다른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된 데에는 한 다큐가 있었다.

어느날 티비를 보던 감독은 일제시대 때 그들이 선량한 조선인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쳐들어왔고 악행을 저질렀다. 

갑옷과 칼을 입고 무장한 군인들이 농사짓고 소박하게 살던 민가를 쓸어버린 것이다. 

"그 때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 시퍼런 칼을 보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한참 아팠다고 한다.

그 이후로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써 다시는 이런 공포를 느끼지 않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영화의 통쾌한 결말을 통해 역사에 깊이 박혀있는 일본의 침략에 대한 두려움을 송두리째 꺼내 없애버리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땅을 지키는 것' '일제시대 때 일본으로 인해 깊이 새겨진 두려움의 역사를 뽑아내어 없애는 것' 이것이 묫자리의 이장으로 시작한 이 영화의 목적지이자 메세지인 것이다. 

똑똑한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한 여러가지 복선을 군데군데 심어놓았다.

사소하게는 차의 번호판이 815이거나 31같은 것이 그것이다. 

또한 인물들의 이름도 독립투사들의 이름이다. 가장쉽게 알 수 있는 인물이 극중 이도현의 역할인 윤봉길이다. 

 

이토록 감독은 처음부터 의도가 분명했으며 섬세하고 세심하게 연출했다. 관객으로써 천천히 줄거리에 스며들어

끝으로 갈 수록 영화의 스토리에 완전히 빠져들어 함께 배우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네 개의 챕터(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구분 또한 평론가들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는 이것이 영화의 흐름을 더 분며하게 해주었고, 스토리의 전개 방햐을 암시해 주어 더욱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3. 총평

똑똑한 감독이 섬세하게 잘 만든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부터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분명했으며 그것을 끝까지 밀고 간다. 스토리 또한 뻔해서 추론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반전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흥미로운 스토리였다. 

영화의 초반부, 친일파 갑부의 부성애로 인한 파묘에서 일제가 심어놓은 공포를 없앤다는 결말까지 어떻게 한번에 상상할 수 있으랴. 

영화는 변화무쌍했지만 문명한 하나의 의도를 여기저기서 조금씩 꾸준히 보여주었다.

나의 이런 호평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안타깝게도 호불호가 강하다.

장 감독의 기존 공포영화 스타일이 아닌 새로운 스타일이라 그의 전작을 보고 기대감을 가졌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나 나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전작보다 훨씬 탄탄해진 스토리, 구성, 연출이 도드라지게 보였던 것 같다.

극의 처음부터 끝나고 난 후 여운까지 풍부하게 즐긴 영화였던 것 같다.